헴펠의 까마귀에 맞춰서 제목은 검지 않은 까마귀...(센스의 부재)
말이 나와서 말인데 여러분은 헴펠의 까마귀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저는 이해하려고 영상도 찾아봤는데 영상 본 직후에나 반짝 알 것 같아! 해놓고 지금은 다 까먹었읍니다
그냥 그럿타구요:3c
블레이스트와 제논의 듀얼이 끝났다. 퍼펙트 스코어가 아닌 그들만의 곡을 연주한 제논은 정말이지 강했고, 블레이스트는 패배했다. 하지만 네 사람 모두 제논의 퍼펙트 스코어를 꺾었을 때보다도 후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비록 패배했으나 음악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유제스의 유지대로, 그리고 야마토의 제멋대로인 선언대로 크림슨의 퍼펙트 스코어는 산산조각이 났다. 각자의 위치에서 브레이커 스코어를 연주한 세 밴드와, 어나더 드리밍의 회장 전체에 제논과의 듀얼을 생중계한 블레이스트 덕이었다. 아티스트와 관객 사이의 자유로운 소통을 막았던 곡이 부서진 이상, 아발론이 내걸었던 이 싸움의 의의는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모든 것을 걸고 부딪친 보람이 있는 패배였다.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제논은 사라지고 말았다. 조금 신경이 쓰이긴 해도, 마지막으로 본 빅터는 순수하게 무대를 즐기는 표정을 지어 보였으니 구렌만큼 터무니없는 짓을 꾸미지는 않으리라. 퍼펙트 스코어로 음악 업계를 지배하겠다는 야망은 브레이커라는 파훼법이 나타난 이상 불가능한 것이 되지 않았는가.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히마와리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야마토의 어깨에 간신히 기대자 그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온몸의 힘이 쭉 빠져나가고 만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싸움의 끝. 이걸로 다시 평화가 찾아온다고 생각하니 긴장의 끈이 풀려 한계에 달한 몸에 그간의 피로가 한 번에 몰아치는 것 같았다. 깜박깜박, 눈을 고쳐 뜰수록 시야가 까맣게 점멸했다.
“얘들아…… 나 기절, 할 것 같어…….”
“……보통 기절을 예고하고 함까?”
습관처럼 태클을 걸어오면서도 성큼 다가오는 텟페이의 발소리가 급하다. 하여간 성가시다며 투덜거리는 소스케의 목소리나 베이스를 내려놓고 몸을 일으키는 츠바사의 기척도 빠르게 가까워졌다. 무거워진 눈꺼풀 속 세상이 암전한다. 무대 위의 다섯 사람 중 가장 기력이 넘치는 야마토의 어깨는 아직 굳건해서, 더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 고개를 기대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안 그래도 큰 목소리가 귓가에 왕왕 울리는 것을 제외하면.
“마세! 죽으면 안 돼!!”
“……기절 좀 한다고…… 안 죽어, 사람은…….”
히마와리의 음량은 야마토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가냘팠고, 야마토의 목소리는 마이크 없이도 널리 퍼질 만큼 컸다. 하물며 그것은 튜너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으니, 아발론의 편에 선 밴드맨들의 주의를 끌고 마는 것이었다. 그중 가장 먼저 메인 스테이지의 묘한 분위기를 알아차린 것은, 가장 가까이서 프리징을 상대하고 있던 크리스탈 크로스의 쌍둥이다.
“뭐야, 마세 쟤 왜 저래? 상태가 왜…….”
“그보다 방금…… 죽는다고 하지 않았어?”
쇼와 유우의 시선이 빠르게 교차한다. 호박과 비취라는 보석을 닮은 두 쌍의 눈동자에 불안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제논이 퇴각한 후로 크림슨 소속의 밴드맨들은 차츰 흩어지고 있는 데다, 자신들의 적수였던 프리징과의 듀얼 역시 결판이 난 지 오래. 메인 스테이지로 가는 길에는 그 어떤 방해물도 없었다. 같은 얼굴로, 하지만 묘하게 다른 표정으로 달리기 시작하는 쌍둥이의 귓가에 야마토의 비통한 외침이 들려온다.
“마, 마…… 마세에—!!!”
“이 자식, 우리가 톱이 되기도 전에 멋대로 죽어버리면 죽여버린다!”
“……저기, 소스케? 마세쨩 안 죽었으니까? 애초에 사람을 멋대로 죽여버린 건 너희라는 자각 좀 가져주지 않을래?”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오해하잖슴까! 거기 급하게 달려오는 크리크로 씨, 걱정 안 하셔도 됨다! 진짜로! 잠깐 잠들었을 뿐이고, 아마도……”
* * *
야마토의 외침에 급하게 몸을 일으킨 것은 크리스탈 크로스뿐만이 아니었다. 메인 스테이지와 제법 떨어진 위치에서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쓴 커다란 인영의 형형하고 사나운 눈빛이 하나. 챙 아래로 쏘아대는 그 눈빛이 향한 곳은 축 늘어진 히마와리를 둥글게 에워싼 밴드맨들의 등이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우리가 나설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그런 남자를 막아선 또 다른 인영이 조곤조곤 입을 연다. 정말이지 온화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허나 그 평가는 그 어깨의 푸른 기타가 울부짖는 순간 완전히 뒤집힐 것이었다. 크고 작은 생채기로 그 내력을 가늠케 하는, 물결무늬가 인상적인 기타가 반짝인다.
“우리가 여기 온 이유는 어디까지나 최악을 대비하기 위해. 저들이 이렇게까지 잘해줄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
“마세가 걱정되는 마음은, 나도 마찬가지고.”
마세라는 호칭에는 타지의 억양이 섞여 있다. 거기에 밤의 사막을 닮은 금발이나 새벽쯤의 바다를 닮은 보랏빛 눈동자가 더해져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런 그가 위험천만한 전장을 제집처럼 누비는 기타리스트라는 건 아마 깨닫기 쉽지 않으리라.
“하지만 이대로 뛰쳐나가면 내게 기척을 감추는 법을 물은 보람이 없지 않나.”
음색을 감추는 데에 능한 기타리스트, 라파엘이 잔잔하게 웃었다. 그녀를 동요시키고 싶지 않다며 그 맹렬하기 짝이 없는 톤을 애써 감춰놓고, 이제 와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웃기지 않은가. 이곳에 왔다는 티를 낼 셈이었다면 처음부터 그러했어야 했다. 이런 돌발상황에 동요해 튀어 나갈 것이 아니라. 뭐, 도중에 들킬 뻔하기는 했지만서도. 라파엘은 히마와리의 목소리에 혼잣말처럼 대꾸하던 ‘그’의 표정을 기억한다.
‘잘 짖었다, 히마와리.’
분명 음색을 감추었을 텐데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찾으려 들던 히마와리의 간곡한 눈빛도. 그 모습에 느슨한 웃음을 지어 보이던 ‘그’의 눈길까지도 라파엘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제 음성에 그녀가 반응하지 않을 리 없다는 흐뭇한 만족감의 표출처럼 보일 정도였으니, 잊기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히마와리의 상태만 확인하고 물러가도록 하지.”
“좋을 대로. 마침 오시리스에는 장래 유망한 의대생이 하나 있거든.”
아발론의 튜너를 여름꽃의 이름으로 부르는 인물은 세상에 단 한 명, 단테뿐. 단테는 메인 스테이지로 모여든 에덴의 밴드맨들을, 정확히는 오시리스의 베이시스트를 고요히 바라보았다. 그 역시 야마토의 외침에 놀랐는지 제법 조급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호흡을 확인하고 몸 이곳저곳을 살피더니, 편안하게 잠든 표정을 보고 안심한 미소를 짓는다. 무어라고 입을 열자 주변의 다른 밴드맨들의 얼굴도 차츰 밝아지는 것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상태인 듯했다. 가장 먼저 무대에 난입한 쌍둥이는 쓸데없는 걱정을 한 것이 불만인지 대놓고 질린 표정을 지었지만.
“괜찮은 것 같네.”
“그렇군.”
대답은 짧게 돌아왔지만 안도한 눈빛은 깊다. 라파엘은 누그러진 분위기로 흘러나오는 단테만의 무언가를 감지한 직후 자신 역시 기지개를 켜듯 억누른 음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것을 볼 수 있는 건 히마와리뿐이다. 그 유능하고도 기민한 튜너가 잠든 지금이라면, 두 사람에게 번거롭게 음색을 감출 이유 따윈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단테와 라파엘이 구태여 기척을 숨긴 이유는 에덴의 밴드맨들과 히마와리를 방해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사향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기 전이라면 전력이 되었을지도 모르나, 부상이 완전히 낫지 않은 지금으로서는 애매한 수준. 게다가 퍼펙트 스코어라는 치명적인 검까지 쥔 톱 밴드 제논은 사향이었던 자신들의 위명에 기대어 여유를 가져서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모든 것을 쏟아 불살라도 간신히 비길까 말까 하는 상대와의 싸움을 앞둔 상황에서, 빛바랜 최강의 타이틀은 방해가 될 뿐이 아닌가. 하여 단테는 저와 함께 저승의 문턱을 밟고 돌아온 라파엘의 도움으로 음색을 숨겼다. 톤을 볼 수 있는 히마와리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 정말로 감추어진 것인지, 보지 못하는 입장에서는 미심쩍을 수밖에 없으나 라파엘의 말에 따르면 일전 히마와리가 그에게 어색한 ‘공백’을 지적했다고 했다. 그 효과는 이미 증명된 셈이었으니 별수 없이 믿고 따를 수밖에.
“그건 그렇고, 너도 참 짓궂어.”
“무슨 헛소리냐.”
“멀쩡히 살아 있다고 안부 하나 알리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싶어서 말이야.”
마세를 위해 기척도 없이 마구 날뛴 주제에. 라파엘의 눈길이 뒤를 돌아본다. 두 사람이 지나온 자리마다 보이지 않는 소리의 유해가 나뒹굴기라도 하는 것처럼, 마치 그러한 수라장을 훑기라도 하는 듯한 눈으로. 무참한 전장을 헤쳐 온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느긋한 웃음을 짓는 라파엘의 말에 단테가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이렇게까지 자신의 안위를 숨길 필요는 없다. 상대가 히마와리라면 더더욱. 최악의 경우, 본인 때문에 제가 다치고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자책하면서 속이 문드러졌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히마와리의 어리광을 받아줘선 안 되었으니까.”
언제까지고 히마와리가 제게 의존하게 둘 수는 없다. 물론 응석을 받아주는 것은 제법 기꺼운 일이었고 지금보다 그 정도를 늘려도 전혀 상관없지만, 이런 중요한 싸움에서까지 무작정 매달려와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히마와리는 그가 곁에 없는 상황에서도 절망에 굴복하지 않음으로써 단테의 하나뿐인 파트너라는 자격을 증명해내야만 했으므로. 그렇다고 제 쪽에서 쳐내자니, 애정을 포함한 모든 감정을 감추어본 경험은커녕 그럴 필요조차 느껴본 적 없는 단테로서는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히마와리가 제게 안겨 왔을 때 그 작은 몸을 밀어내는 행동 따위를 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단테는 확신한다.
다만 그럼에도 그는 히마와리를 위해 참전했다. 아발론의 튜너를 해하려 하는 움직임이 포착되었다는 정보를 접함으로서. 에덴의 네 밴드가 모진 풍파 속에서도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튜너의 덕이 크니, 아발론의 주축이나 다름없는 튜너를 노리는 것은 나름대로 합리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히마와리는 어디까지나 단테의 것이 아니던가. 그는 제 것에 꼬이는 날벌레를 용납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러니 단테는 히마와리를 위해 이곳에 있되, 히마와리를 위해 부재를 모방한 것이다.
“게다가 아직 몸이 다 낫지도 않았지. 이전처럼 멀쩡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또 쓸데없이 우울해할 것이 뻔하지 않나.”
어나더 드리밍의 일정에 맞추기 위해 치료가 다 끝나지도 않은 몸으로 무리하게 참전한 두 사람이다. 만약 아발론이 크림슨을 막지 못했을 경우, 그들은 성치 않은 몸으로나마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송곳니를 드러내고 발톱을 할퀴어 저항할 셈이었다. 설령 그 목숨이 여기서 다하는 한이 있더라도. 히마와리에게 참전 사실을 알리지 않은 데에는 이러한 이유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럼 언제쯤 얼굴을 비출 생각인지 정도는 물어봐도 되려나.”
“글쎄……, 에덴이 복구될 즈음이면 충분할 것 같군.”
크림슨의 괴뢰가 방화를 저지르고 갔다지. 단테는 쯧 혀를 차며 그들의 수법을 말없이 비난했다. 라파엘이 잔잔히 고개를 끄덕이자 더는 볼일이 없다는 듯, 빙글 등을 돌려 너른 보폭으로 멀어진다. 예고도 없이 제 병실에 불쑥 찾아와서 함께 움직일 것을 종용했던 며칠 전의 모습과 꼭 닮은 제멋대로의 행보였다.
“그래도 역시 미리 언질은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 단테.”
“아직도 그 소린가…….”
“마침 나한테 마세의 연락처가 있는데, 어떻게 할래?”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드는 라파엘의 손짓을 가만히 바라보던 단테는 문득 자신이 히마와리의 연락처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끈질기게도 제 위치를 알아내는 라모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전했을 뿐, 직접 연락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까닭이었다. 저장된 번호의 수가 한 손을 다 채우지 못하는 전화번호부 화면을 가만히 노려보던 단테는, 이내 다시금 혀 차는 소리를 내며 방향을 틀었다. 라파엘이 들어 올린 휴대전화의 화면 속 번호가 너무 멀어 보이지 않았다.
* * *
히마와리가 눈을 뜬 곳은 불에 탄 에덴을 대신할 임시 아지트의 내부. 자취방의 위치를 알지 못해 이곳에 데려다 놓은 듯했다. 에덴에서 멀지 않은 시부야 역 근처의 거처는 어나더 드리밍이 열리기 전, 에덴이 불에 타고 마스터의 입원이 결정된 직후에 라모가 내어준 고급 맨션. 1층 로비는 모두가 모이는 에덴의 메인 홀 역할을 하고 있었고, 그 위의 2층에서 5층까지는 밴드맨들을 위한 연습실로 쓰이곤 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엄연히 도쿄 번화가 한가운데인데, 설마 이런 곳에 개인 소유의 건물이 있었을 줄이야. 한 층만 해도 이렇게 넓은 데다 내부 관리도 잘 되어 있어 깔끔하고 쾌적하기까지 한 공간을 순순히 내놓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이곳을 임시 아지트로 내어주는 동안 라모는 크림슨과의 결전을 앞둔 회의에나 간간이 얼굴을 비출 뿐 개인적인 명분으로 찾아오지도 않았다. 달리 지낼 만한 곳이 여기 말고도 더 있다는 뜻이겠지. 새삼 라모가 잘나가는 방송 MC라는 걸 실감하게 되는 경제력이지 않은가.
간만에 푹 잠들었다가 깬 히마와리는 푹신한 소파의 촉감에 취해 몸을 일으킬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게으르게 아늑한 쿠션 속에서 한참을 뒤척일 뿐. 그러다 문득 손끝에 매끈한 휴대전화의 모서리가 닿는다. 약한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 담요를 들추지 않은 채 팔만 뻗어 더듬더듬 휴대전화를 찾아내고 나서야 찬찬히 몸을 일으킨 히마와리는 온몸의 근육통에 헛숨을 들이켜다가 곧 멍하니 두 눈을 끔벅거렸다. 잠금을 해제하기 전부터 수많은 알림으로 요란하게 반짝이는 화면과 눈이 마주친 탓이었다.
“……무슨 메신저 알림이 이렇게 많아?”
꿍얼거리며 몇십 개가 쌓인 알림을 누르자 짧은 로딩과 함께 익숙한 멤버의 채팅방 리스트가 매끄럽게 줄을 섰다. 제일 최근에 온 메시지는 쇼가 보낸 것이다. 「며칠 내로 찾아갈 테니까 먹고 싶은 거 미리 생각해두기나 해.」 ……누굴 다마고치 취급하는 건지. 울컥하는 마음에 위로 솟은 눈썹과는 달리 손가락은 재빠르게 「소고기 비싼 거」 라는 답장을 입력하고 있었다. 일전에 임시 튜너를 맡아놓고 개런티도 제대로 못 받았으니 이 정도는 싼값이지. 만족스레 전송 버튼을 누르고 다른 메시지들을 차근차근 훑기 시작한다.
「수고했어 마세쨩! 야마토랑 소스케는 어떻게든 진정시켜놨으니까 걱정 말고. 다음번에 라멘 쏠게! 물론 텟페이가😏」
「가벼운 탈진입니다. 당분간 푹 쉬도록 하세요. 수면과 식사도 제대로 챙기시고, 이참에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도움이 될까 싶어 가벼운 스트레칭 영상과 균형 잡힌 식단의 예시 링크를 보내드립니다. (링크)」
「사람 놀라게 하지 좀 마. ……수고했고, 고맙다. 내일 봐.」
「(사진) 수고해준 마리쨩한테 줄 쿠키 굽는 중! 초코랑 버터가 가득( • ̀ω•́ )✧ 참고로 이 중에 와사비 쿠키가 하나 숨어 있으니까 방심은 금물이야☆」
츠바사와 마코토, 카즈마와 민트 외에도 많은 밴드맨들이 남겨준 메시지에 히마와리의 입꼬리가 느슨해졌다. 하나하나에 답장을 보내던 중에, 처음 보는 번호의 메시지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다. 프로필 이름조차 등록되지 않은 데다 프로필 사진이나 배경 사진 역시 기본 이미지였다. 누구지? 새 메시지의 도착을 알리는 붉은색 알림을 꾹 누르자 짤막한 텍스트가 드러난다.
「얌전히 기다리고 있도록.」
간결하고도 고압적인 문장. 그 이름 없는 통보가 기분 나쁠 법도 한데, 이상하게도 웃음이 나왔다. 처음에는 스팸인가 싶었지만 이런 내용이라면 오히려 잘못 보낸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혹은 어쩌면……
“으음, 단테가 내 번호를 알 리도 없는데.”
왜 하필 그가 생각났는지는 모른다. 단테를 너무 오래 기다리다 못해 멋대로 기대하는 걸지도. 큰 싸움이 끝나서인지, 괜한 기대가 괴롭지 않았다. 단테라면 정말 좋겠지만 아니어도 뭐, 어쩔 수 없지. 이제 당신이 돌아오기만 기다리면 되니까. 히마와리는 주인 모를 메시지를 삭제하거나 번호를 차단하는 대신 메시지 창에 보관해두기를 택했다. 물론 답장을 보낼 생각까진 없지만. 그렇게 액정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새 메시지 알림이 하나둘 띠롱띠롱 뜨기 시작한다. 아발론 멤버들의 답장이었다. 히히덕거리며 대화방에 들어가려던 차에 쇼의 「겨우 그런 걸로 되겠냐?ㅋㅋ」 라는 메시지 팝업창이 손가락을 멈춰 세운다. 이 자식 진짜 짜증 나. 진심을 3할 정도 섞어 홀로 종알대던 히마와리는 이내 어떤 문장을 발견하고 활짝 웃었다. 발신인은 츠바사였지만 명백하게 다른 사람의 말투를 뒤집어쓴 한마디. 느낌표가 잔뜩 붙은 것만 봐도 텍스트를 입력한 당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아서,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우리 지금 가!!!!!!!!!!!!」
“그래그래, 어서 오셔.”
눈곱과 함께 들러붙은 잠기운을 하품과 함께 날려 보내고 담요를 들춰낸다. 허벅지며 종아리가 욱신욱신 비명을 질러댔다. 그래도 상관없다, 이제 한동안은 평화로울 테니까. 크게 기지개를 켜는 가느다란 팔이 허공을 가로지른다. 그 뒤로도 두어 번을 더 연달아 하품하고 나서야, 멍한 표정으로 멀뚱멀뚱 소파에 걸터앉아 있던 히마와리가 제 후줄근한 낯을 알아차리고 급하게 욕실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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